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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쳐가는 비 * 사마토키가 재회한 우자메에게 아직은 전부 마음을 열지 않았던 때에 있던 일입니다. 빗방울은 온갖 것을 타고 흐른다. 모든게 흐르는 물줄기에 씻겨 내려갔으면 하는 인간도 있겠지만, 흘러가지 않는 것도 있다. 비릿한 핏물이라면 씻겨내려갈지도 몰라도 비는 모든걸 없던 걸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거칠게 다뤘지만 관리가 꽤 들어간 듯한 신발 밑창이 물웅덩이를 세게 내리친다. 튀어오른 물방울은 다시 바닥에 부닥쳐 웅덩이로 흘러간다.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어오자 빗줄기는 이리저리 사선으로 흩날렸다. 어두운 우산 천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와 우산으로 막지 못한 빗줄기가 무척 거슬리는 지 사마토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마토키는 습기가 옷을 스며들어가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툭히 그가 신고 다니는 신발이라면 더욱더. 자..
중얼거림 "사 ...ㅁ ...토 키... 나 여깄어." 잠이란 건 딱히 기억도 하고 싶지 않은걸 기억하게 만든다. 정신차려서 빠져나오고 나면 빌어먹을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그 시시한 기억을 짓밟고 현실로 발을 움직이는게 당연했다. 그런게 당연했는데, 일상이 시작되는 아침이 오기 전 누군가가 날 붙들어 깨웠다. 손이 누가 잡고 있는 것처럼 무겁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꿈벅거려 눈 앞을 주시한다. 자신이 눈을 뜨자 앞에 있던 사람은 몸을 뒤로 물린다. 시간은 이미 늦었는지 거대한 창 밖은 고요함 속에 혼란을 감춘 요코하마의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밤의 빛은 연보라빛 머릿결에 물들어 있었다. 약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마토키를 보면서 우자메는 불안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쯧. 사마토키는 흐트러진 머리가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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