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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사무실

*이치로와 세이시가 연인이 된지 얼마 안 된 상황입니다.
* 엉성하게 쓴 글입니다 
 
 
 
하늘엔 솟듯이 생긴 적란운이 가득하고 도시의 거리 사이에는 아지랑이가 빼곡히 들어차서는 눈을 간지럽힌다. 땀 한방울이 떨어져봤자 네가 대수겠니? 라고 맞받아친 아스팔트는 보란듯이 땀자국도 증발시켜버렸다. 그 광경을 창 하나 너머로 탈탈탈 팬을 돌리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분명 바람 세기는 '강'으로 눌러놨지만 선풍기의 연식이 오래 되었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도 전혀 시원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서류집을 들고 손으로 부쳐보지만 손을 너무 세게 흔들어댔는지 더 더워진 느낌이라 결국 이치로는 가만히 있는 것을 택했다.
 
하필이면 에어컨이 고장나서 손을 대보았지만 사무실을 시작했을 초기에 설치했던 것이라 이젠 보내줄 때가 되었구나 싶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어디 한 구석에 있었다. 그 셀 수도 없이 많은 일이 있던 동안 해결사 사무실과 함께 해준 일종의 동지였으니까. 그렇지만 이야기했듯 지나간 일처럼 보내줄 때가 된 것이다. 아까 잠깐 스친 소나기 같이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기 마련이다.
 
"기사님은 언제 오시려나..."
 
다행히 날은 평일. 이 찌는 듯한 더위에 지로와 사부로는 학교에 있었고 기사님이 오시는 시각에 맞춰서 의뢰도 끝내두었다. 이게 다 어제 동생들이 도와줘서 이 시각에 끝내둘 수 있던 거겠지. 분명 오시는 시각은 3시... 였던가 아닌가 3시 30분이었던가, 모르겠는데 분명 그 즈음이었는데. 
 
찌는 듯한 더위에 해결사 사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상 위에 추욱 늘어진 게 평소에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케부쿠로 디비젼의 대표 버스터 브로즈!!!의 리더로서의 열기 넘침도, 어엿한 야마다 해결사 사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야마다 삼형제의 장남으로서의 당당함도 딱히 지금은 유지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더위에 지친 야마다 이치로가 추욱 늘어져 있었다. 더위에 졸린 눈에 이제 해결사 사무실도 아지랑이가 일고 있었다. 그 더위를 깨우는 건, 
 
"읏, 차가!"
 
몽롱하게 눈을 뜨고 있다가 자신의 볼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얼떨결에 이치로는 그것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책상에 바로앉은 이치로는 잡은 팔 때문에 상대와 얼굴이 맞닿을 뻔 했다. 방금 막 더운 밖에서 들어왔는지 볼이 빨갛고 열기가 그득한 얼굴에 멍하게 이치로는 손을 놓을 생각도 안 하고 세이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엉거주춤 이치로에게 잡혀있던 세이시는 상황이 민망했는지 이름을 불렀다.
 
"그... 이치로?"
"응? 어! 어."
 
이제야 정신을 차린 이치로는 서둘러 손을 놓았다. 그제서야 세이시는 다른 한 팔의 봉투를 흔들어보이면서 책상 근처 미니 냉장고로 향했다. 목뒷덜미에 땀이 흥건하다. 세이시는 손 부채를 해보지만 이도 역부족이었다. 그러다가 사온 도시락을 이치로가 있는 쪽으로 흔들어보았다.
 
"오는 길에 점심 먹을 거랑 마실만한 음료 사왔어. 지금 먹을거야?"
"아니... 혹시 콜라 있어?"
"당연하지. 근데 콜라만 마시고 점심 넘기면 안돼. 기사님은 언제 오신댔지?"
"3시 30분."
 
미니 냉장고에 편의점 도시락과 캔음료들을 넣다가 세이시는 보지도 않고, 책상 끝에서 이치로의 손이 닿는 곳까지 캔을 밀었다. 나이스 패스. 중얼거리던 이치로는 경쾌하게 뜯은 캔 소리와 탄산이 올라오는 소리에 바로 입가에 캔을 가져다대고 꿀꺽꿀꺽 소리나도록 쭈욱- 마시고선 캔을 다시 내려놨다. 캬아~.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시원하게 음료를 마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2시가 되어가는데 의뢰 올 거 있어?"
"아니, 다 끝내둬서 아무것도."
"이 더위에 걸어서 들어올 손님도 없을거고. 더우면 잠깐 상의 벗어둬도 괜찮지 않아?"
"아무래.."
 
이치로는 이런 더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기에 세이시의 말에 수긍을 하려다가 뒷말과 함께 하얀 반팔티를 벗어버린 세이시 때문에 당황했다. 물론 지금까지 형제와 함께 지내면서 세이시의 맨몸이라면 얼마든지 보긴했다. 그렇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이치로가 새로이 좋아하기 시작한 라노벨 주인공들의 특징이 세이시에게 왔다는걸 눈치채고 난 후 마음을 정리해보다가 결국 고백하고 연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옷 하나를 벗어내고서도 더운지 그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자신의 민소매 상의를 펄럭거렸다. 그렇지만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는지 세이시는 선풍기를 틀어놓은 이치로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선 이치로는 세이시의 '세'만 봐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뻗, 뻣. 뻤! 해졌는데, 그랬던 연인을 앞에 두고 세이시는 그런 그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하고 있었다. 흔들거리는 하얀 상의 안으로 세이시의 살갗이 보인다. 그럼에도 이치로 곁에 빠짝 붙어서 그는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정말 덥다. 그치."
"..."
"... 이치로?"
"너...너무 가까워."
 
세이시는 별 생각 없다가 이치로가 완전 굳어버린걸 보고 의문을 품다가 그의 시선이 자신의 상체를 향하고 있는걸 보고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해했다. 그 이후에 그가 하는 말에 기어코 세이시는 약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거 나 정말로 봐도 되는거 맞겠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런저런 생각을 가득 품은 채 그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이치로의 코를 검지로 살짝 밀었다. 
 
"해결사 사장님은 앙큼하네."
"어?!"
 
그래놓고선 세이시는 폭신한 사무실 의자를 자신의 쪽으로 홱 돌려버렸다. 놀라는 모습이 정말로 귀여워서 세이시는 자꾸만 짖궃게 대하고 싶어지는 자신의 행동을 문제삼으면서도 결국은 행해버리곤했다. 더워서 열에 올라있던 얼굴이 자꾸만 더 붉어지고 이치로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시선이라도 피하려다가 고개를 다른 쪽으로 했다가 손받이에 올려둔 손에 감겨오는 더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고, 허벅지 옆으로 다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타인의 숨결이 자신의 근처에 느껴져서 그는 훽 얼굴을 돌렸다가 더 식겁할 수 밖에 없었다. 의자가 끼익거리며 2명의 무게를 받친다. 
 
"...!"
"내 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목이 심하게 파인 민소매 상의였는데에다가 가까이 다가와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이치로의 시선은 헐렁한 옷 안으로 보이는 쉐골 아래의 점, 워낙에 하얀 피부결에 가ㅅ. 멍하게 시선이 향한 쪽을 보다가 이치로는 자신이 어딜 보고있는건지 깨닫고 몸을 뒤로 향했다. 아마 그가 지금 머리속에 되내이고 있는 말은 이랫다. 
 
이건 정말 무리. 이건 정말 무리. 이건 정말 무리. 무리.무리. 무 ㄹ.
 
되뇌이던 말도 끊겨버린 것은 세이시가 이치로의 가만히 있는 두 손을 자신의 허리에 올려서, 아니 정확히는 상의가 밀려올려가 살갗이 닿는 허리를  붙잡게 했기 때문이다. 가엽게도 의자와 세이시 사이에 갇혀서 이젠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그의 양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세이시는 이야기했다. 
 
"이치로군이 머뭇거리니까 내가 해줄게."
 
그대로 세이시는 얼굴을 살짝 끌어올리며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입술에 말랑한 것이 닿는 감촉이 나자 이치로는 조절 못하고 기어코 힘을 써버렸다. 세이시는 자신의 허리를 잡은 손에 순간 힘이 팍 들어가는걸 느끼며 그는 혀로 입술을 쓸어댔다. 항상 느끼지만 생각보다 더 말랑하고 부드러워서 그는 중독감이 들곤 했다. 실시간으로 세이시에게 잡아먹히는 느낌이 든 이치로는 세이시의 얼굴이 다가오자 감았던 살짝 눈을 떴다가 그대로 다시 감았다. 이대로 눈떴다가 세이시 눈이랑 마주치면 누가 봐도 부끄러울 정도로 얼굴이 타오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랬다.

그대로 몇분간 사무실 안에선 입술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가득했고, 이따금씩 의자가 끼익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럼에도 끝까지 더 입을 맞출 수 없는 건, 예상시각보다 더 빨리 도착했던 수리기사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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